본 영상과 글은 지난 7월 "옥천군 소식지"에 소개된 기사와 영상입니다.
굵직한 점포를 찾아서
이번 복날에는 서정리로 오세요
정자식당
왔던건지 안왔던건지 모르게 코로나 등쌀에 밀려 봄이 훅 지나가고
어느덧 마스크 쓰기도 힘들 만큼 햇살이 뜨겁습니다.
삼복더위가 다가오고 있는데
미리미리 대비해야죠.
이번 여름 보양식으로 흑염소고기는 어떨까요?
35년 전통이 빛나는 서정리 터줏대감 정자식당을 소개합니다.
외곽지 식당은 정자식당이 최초!
옥천 외곽지에 식당이 많이 없었던 35년 전
김인철, 임재순 부부는 불현듯 식당을 해보자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마을이름을 따서 정자식당을 시작했다.
지금은 서정리로 명칭이 바뀐 이 마을의 옛이름은 “서정자리(西亭子里)”이다.
생각해보니 당시에는 마을 이름을 딴 가게들이 참 많았다.
요즘은 영어이름이나 멋스럽고 개성있는 상호명이 많아졌지만
금구상회, 삼양문구, 문정식당, 옥천집 등 옛날을 추억하게 만드는 지역명 간판들이 정겹기만 하다.
복고풍으로 돌아가는 레트로 열풍은
세월이 흘러가는 것이 아쉬운 어른들에게도,
새롭고 신선한 것을 찾는 젊은이들에게도 여전히 가슴을 아련하게 한다.
손님들이 정자가 누구인지 찾는다는 정자식당은
염소탕 먹고 힘내자는 뜻도 아니고
순자, 말자처럼 사람 이름도 아닌 그렇게 잊혀져간 옛 마을 이름이다.
외곽지에 생긴 첫 식당이기도 하지만
그 맛 또한 일품이라서 옥천 사람들이 죄다 오는 듯 사람들로 붐볐다.
“가든”답게 예쁘게 꾸며놓은 연못과 멋드러진 나무들 아래에 하나 둘 평상이 놓여지고도 모자라
생활하는 안채까지 손님들이 들어오고
급기야 연못을 메우고 방으로 만들어 손님을 받아야했다.
정자식당은 35년간 한 자리에서 전통을 지키며 지역의 건강을 책임져온 덕분에
TV에도 각종 신문에도 자주 소개되고 있는
옥천의 대표 맛집으로 여전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흑염소?
한번은 젊은 단골손님이 임재순 씨에게
“엄마~ 엄마~ 나 좋은 일 생겼어~” 하며 호들갑을 떨며 반기기에 들어봤더니
염소고기 먹고 애기가 들어섰다는 반가운 얘기다.
그 때를 회상하니 보람있고 고맙기도 해서 눈물이 흐른다.
조선시대 숙종도 보양식으로 많이 드셨다 하는 흑염소고기는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출산 후 손발 시리고 저린 증상을 없애주고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해준다.
어디 출산 뿐이랴? 칼슘이 소, 돼지에 비해 10배 이상이나 되는 등
그 효능은 옮기기도 벅차다.
즐겨찾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흔하지 않은 고기인 흑염소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처음 대하기 전까지는 손사래를 치며 거부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일단 한번 먹어본 후에는
그 부드럽고 쫄깃한 맛에 계속 찾게되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요즘엔 정자식당에도 젊은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오히려 젊은 친구들이 먼저 먹어 보고 그 맛에 반해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오는 사례도 빈번하다.
장작불 가마솥에 각종 한약재와 함께 2시간반 동안 푹 고아 만드는 정자식당 흑염소고기는
선입견 접어두고 반드시 맛봐야 할 음식이다.
35년간 같은 장소에서 영업
그 이전부터 서정리에서 생활은 하고 있었지만 35년간 같은 위치에서 영업을 하다 보니
다 친구이고 형님이고 동생인 동네 사람들이
농사일이나 김장할 때 일손이 되어 주신다.
직접 농사를 지어서 정자식당의 밑반찬을 대는 김인철 사장님은
때 되면 일부러 오셔서 야채 따서 손질까지 해 주시고 가시는 동네 사람들의 도움이 너무 감사하다.
당연히 그보다 더 동네 어르신들을 잘 섬겨 오셨으니까 그랬을 법 한데도
이 기회를 통해 꼭 감사인사를 남기고 싶어 하신다.
잠시 식당에 세를 줘야할 상황이 생겼었는데
그분이 그만두면서 인근에 같은 이름, 같은 메뉴의 식당을 차렸다.
피할 수 없이 경쟁 아닌 경쟁구도가 만들어졌어도
西정자리(현 서정리) 마을 이름을 걸고 그동안 가꿔진 정자식당의 위엄은
그 어느 누구와도 견줄 수 없다.
그럼에도 사장님은 정자식당이 이전했다고 알고 있는 옥천사람들이 많음이 못내 아쉽다.
앞으로
옥천 손님도 많고 가까이 대전, 청주, 금산 등에서 단골이 되어 꾸준히 찾아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손님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변하지 않는 맛을 유지하면서도
더욱 풍미 깊은 맛을 내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생각이다.
늘 하던 대로 주위에 열리는 과일이며 채소 등을
오시는 손님들에게 나눠주는 기쁨도 계속 누리고 싶고
받아가시는 분의 환한 표정도 결코 놓칠 수 없다.
다만 옛날부터 살던 집을 개조해서 식당으로 만들다 보니 식당이 많이 낡았다.
장마에 하필 식당 중앙으로 비가 새 들어와 수리하느라 뚫어낸
식당 천정에는 합판을 덧 대 간신히 막아 두었다.
인테리어를 바꾸고 싶은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소상공인 지원을 받으려고 준비중이다.
옥천을 대표해 왔고
인근지역에까지 옥천의 위상을 크게 알리는 정자식당의 고소한 흑염소 요리를
앞으로도 다시 수십년간 맛볼 수 있도록 꾸준히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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