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컴퓨터·기타·동영상 제작… 만능 강사 김원택씨
▲ 만능강사 김원택씨가 누리집과 동영상 제작하는 방법에 대해 보여주다가 환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했다.
옥천중학교 정문 앞에 학생들이 카메라를 들고 뉴스를 만들고 있었다. 옥천중학교 정문 옆으로 쭉 늘어서 주차돼 있는 차량들을 고발하는 뉴스다.
세 명이 조가 되어 한 명은 카메라를 찍고 한 명은 리포트를 한다. 한 명은 감독으로 장면과 멘트를 점검한다. 지난해 벌인 이 활동은 옥천중 자유학기제 수업의 하나로 동영상 뉴스 만들기 수업 중의 하나이다. 이 수업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김원택(45, 옥천읍 장야리)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 옥천중학교 학생들이 영상을 제작하는 모습.
올해 그는 평생학습공모전 우수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됐다. 주제는 '얘들아 영화찍자!'. 7명으로 시작한 '얘들'이 비록 4명으로 줄긴 했지만, 옥천여중 2명과 장야초 2명이 함께 '간접 흡연'을 경고하는 주제로 영화를 찍고 있다. 그냥 영화가 아니라 점핑클레이 애니메이션이다. 흡연에 피해를 보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메시지를 담을 예정이다.
이쯤 되면 그를 동영상 제작 교육 하는 사람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는 일단 대전 시청자미디어센터에 등록된 강사이다. 최근에 생긴 대전시청자 미디어센터 강사 그룹 중에서도 나름 중추적인 역할을 해 곧 출범할 사회적협동조합 '꿈조리개'에서 이사장으로 추대되고 있다.
지금은 대전 한밭중학교(법동)에서 영상제작 강의를 하고 있고, 충북도립대와 평생학습원에 있는 영상미디어 센터에서도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그의 본업은 컴퓨터 강사다. 옥천에서 컴퓨터를 기초부터 배우려고 군에서 하는 컴퓨터 강좌의 문을 두드렸다면 부드럽고 온순한 목소리로 친절하게 가르쳤던 그를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스포츠 머리에 듬직한 어깨, 웃으면 눈이 하나도 안 보이는 초생달 눈을 생각한다면 그가 떠오를 지 모른다.
그리고 그는 밴드를 한다. 옥천 직장인 밴드 슈퍼스타의 베이스 기타를 치는 베이시스트다. 아빠의 영향을 받아 노래를 곧잘 부르는 딸 희은(옥천여중 2)이와 소영(장야초4)이의 앞글자를 따서 '희소가치'란 이름으로 가족 밴드를 하기도 한다.
매년 10월9일 열리는 금산군 군북면 천을리의 '하늘새 음악회'에서는 단골 초대 게스트다. 드럼도 칠 줄 안다. 이런 음악적 재능으로 월요일 저녁 7시~9시까지는 '기타 여행'이라는 동아리를 가르치기도 한다.
다재 다능한 그를 이제 한번 만나보자. 정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2002년부터 10년 동안 옥천에서 '계란으로 피씨깨기'라는 이름 '계피컴퓨터 학원'을 기억하면 될 듯 하다.
▲ 딸들과 함께 만든 밴드 '희소가치'의 공연(사진제공: 페이스북 김원택 참조)
▲ 딸들과 함께 만든 밴드 '희소가치'의 공연(사진제공: 페이스북 김원택 참조)
■ 서대리 솔고개 마을서 유년 시절 보내
읍내 삼부잣집 뚝배기 옆 근처에 살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쯤 옥천읍 서대리 솔고개 넘어 신대마을로 이사를 왔다고 했다. 옥천을 한번도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다. 삼양초등학교와 옥천중·고를 나와서 대전으로 대학을 갔을 때도 옥천에서 통학을 했더랬다. '좋다'는 말을 넘어서 삶의 터전이었고 공기와 같은 곳이었다.
한남대 경영학과로 진학을 했는데 처음 들은 컴퓨터 교양 수업에 단박에 매료됐다. 경영이고 뭐고 1학년때부터 컴퓨터에 매달렸다. 늘 새로운 것이 그의 마음을 끌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대전의 삼성컴퓨터 A/S센터에서 영동 담당으로 1년 기사일을 하다가 대전 판암동에서 컴퓨터 학원 강사를 했다. 거의 학원 운영을 도맡아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고향 옥천에서도 내 학원을 한번 차리고 싶었더랬다. 그리하여 2002년 계란으로 피씨깨기란 이름으로 농협 군지부 맞은편에서 '계피 컴퓨터 학원'을 차렸더랬다. 학원을 차리다 보니 여기저기서 외부 강의 요청하는 것이 많아졌다. 학원을 비우는 일이 잦아졌고 안 되겠다 싶어 10년만에 학원을 접었다.
그는 옥천에서 꽤 친절하고 세심하게 잘 알려주는 유능한 강사에 속한다. 옥천군평생학습원 위에 있는 미디어센터에서 동영상 제작 강좌도 그가 하고 군 다목적회관에서 하는 정보화교육도 그가 맡았었다. 그는 더 필요한 공부를 위해 공주대학교 교육정보대학원에서 다 못한 공부를 하면서 석사 수료를 했다.
경계를 넘어서 최근 개관한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도 유씨씨(UCC) 동영상 제작 강좌를 하고 있다. 컴퓨터만 할 줄 알았는데 그는 동영상 편집 제작도 능수능란하게 한다. 컴퓨터의 모든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활용하면서 다루는 것이 그의 특기다.
■ 옥천 영상 아카이브 만들고 싶어
동영상제작은 더 흥미로워 한다. 그러면서 하고 싶은 것을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일단 재밌어요. 영상을 찍고 편집하면서 제작하는 것이 참 재미있어요. 보통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찍기만 하는데 편집하는 것을 어려워하거든요. 조금만 시간을 내어 배우면 손쉽게 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서 옥천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이야기 한다.
"옥천에서 방송뉴스만드는 곳이 없잖아요. 옥천과 관련한 동영상을 모아놓은 곳이 없어요. 옥천에서 찍은 동영상을 다같이 보면 재미있을 텐데요. 저는 그래서 이렇게 동영상 편집 제작하는 방법을 많은 옥천 주민들에게 가르쳐주고 그 분들이 찍은 영상들을 모아서 주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작업들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죠. 원래 군 미디어센터에서 하면 좋은데 바쁘신가봐요. 그래서 천천히라도 이런 작업을 해보고 싶은 거죠."
의미가 있는 작업이다. 옥천 관련 방송을 접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아홉시 뉴스 끄트머리에 청주방송에서 찔금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방송화된 것들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뉴스를 포괄한 옥천이란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의 영상들을 모아보고 싶다하니 정말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같이 제안도 드렸다.
"옥천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머릿속에 가지고 계시는 옥천의 민중사나 옛 이야기들, 옛 노래들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 이런 것을 누군가 채록하고 정리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없는 거죠. 그것은 굉장히 공공성이 있는 일인데 누군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자치단체 예산으로 해야 할 일인데 잘 하지 않죠. 이런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그가 말을 받는다. "그럼요. 그런 것도 참 좋지요."
■ 매일 기타를 메고 다니는 기타리스트
그는 사실 컴퓨터 프로그램만 하는게 아니다. 살짝 더 들여다보면 만능엔터테이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난해 금산 군북초에서 초등학교 밴드부를 교습했고 추부문화의집에서도 밴드 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컴퓨터와 밴드라 전혀 연계가 없을 것 같은데 그는 어릴 때부터 드럼과 기타를 쳐왔단다.
"옛날 삼양초에는 고적대와 밴드부가 있었어요. 저는 밴드부를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했는데 거기서 드럼을 쳤지요. 기타는 아는 교회 형님한테 배웠구요. 키보드만 빼고 일렉기타, 베이스 기타, 드럼 등을 다 다룰 줄 알아요. 누가 소개를 시켜줘서 강의도 나가고 그러네요"
학원을 그만두고 그는 이렇게 매여진 시간 없이 컴퓨터와 밴드 강사를 하면서 지낸다.
"옥천에 사는게 참 좋아요! 이제까지 살아온 삶의 흔적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걸요. 그렇게 살아온 만큼 뭔가 옥천에 좋은 일을 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지요."
참 사람 좋은 웃음으로 넉넉하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그가 활짝 웃었다. 28일 저녁에 만난 그는 여전히 바빠 보였다. 밴드 연습을 하러 간단다.
컴퓨터 강사에, 영상 제작에, 또 밴드 연습에 옥천과 대전, 그리고 금산과 영동 등 경계를 넘나들며 충청권 만능 능력자로 쉴새 없이 바쁘게 사는 그를 보는 것은 또 다른 활력이었다
'계란구르는 소리 > 보따리 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륙의 실수 (0) | 2016.01.30 |
---|---|
2016.1.29. 부활원 봉사활동 (0) | 2016.01.30 |
블랙홀 (0) | 2015.10.20 |
[희소가치] 하늘새 산골 음악회 공연 (0) | 2015.10.19 |
베이스기타 쉽게 말하지마! (1) | 2015.10.19 |